야구 경기가 없는 날 야구장을 찾아가는 건 좀 바보 같은 짓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세인트루이스 다운타운에 발을 들이고 Busch Stadium을 눈앞에서 마주하는 순간,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경기 없이 찾아간 구장인데, 오히려 더 오래 머물고 싶어졌습니다.

야구장 여행, 경기가 없어도 갈 이유가 있을까
미국 여행을 계획할 때 메이저리그(MLB) 야구장을 기준으로 도시를 고르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저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번 여행에서도 시카고 컵스와 밀워키 브루어스 경기를 염두에 두고 일정을 짰는데, 여행 흐름이 바뀌면서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까지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St. Louis Cardinals)는 1892년 창단된 구단으로, 미국 야구 역사에서 손꼽히는 명문 팀입니다. 월드시리즈(World Series) — 메이저리그 최종 우승 결정전을 11번이나 제패한 팀이라는 게 직접 자료를 찾아보고 나서야 실감이 났습니다. 뉴욕 양키스 다음으로 많은 우승 횟수입니다. 그런 팀의 홈구장을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습니다.
현재의 Busch Stadium은 카디널스의 세 번째 구장으로, 2006년 4월 10일에 문을 열었습니다. 첫 홈경기 상대는 밀워키 브루어스였고 카디널스가 6-4로 승리했습니다. 레트로 파크(Retro Park) 스타일 — 1990년대 이후 유행한 고전적 외관을 현대 시설에 접목한 구장 설계 방식 — 을 적용한 덕분에 도심 풍경과 잘 녹아드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외야 방향으로 Gateway Arch가 보인다는 점은 사진으로 수없이 봤는데, 실제로 보니 느낌이 전혀 달랐습니다.
"경기 없는 날에 야구장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시각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가 보니, 경기가 없는 날이기 때문에 오히려 구장 구석구석을 여유롭게 볼 수 있었다는 게 예상 밖의 수확이었습니다.
카디널스 박물관, 생각보다 훨씬 깊었습니다
이번 방문에서 제가 가장 기대했던 곳은 Cardinals Hall of Fame and Museum이었습니다. 여기서 Hall of Fame이란 팀 역사상 뛰어난 성과를 남긴 선수와 관계자들을 기리는 명예의 전당을 의미합니다. 단순한 기념관이 아니라 카디널스라는 팀의 DNA를 한 공간에 압축해 놓은 곳이라고 보면 됩니다.
박물관은 여러 갤러리로 나뉘어 있고, 과거 구장이었던 Sportsman's Park와 Busch Stadium I, II의 모형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실제 선수들이 사용했던 배트와 유니폼, 야구공을 코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유리 뒤에 멀찍이 전시된 게 아니라, 거의 손에 닿을 것 같은 거리에 놓인 경우도 있어서 좀 놀랐습니다.
방송 부스 체험 공간도 기억에 남습니다. 카디널스의 명장면 영상을 보면서 직접 중계해보는 체험인데, 저는 야구 중계 전문용어인 플레이바이플레이(Play-by-Play) — 경기 상황을 실시간으로 묘사하는 해설 방식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를 이 체험을 통해 새삼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간단해 보여도 막상 마이크 앞에 서면 말이 안 나옵니다.
박물관을 꼼꼼히 둘러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Classic Tour를 추천합니다. 약 1시간 진행되는 구장 투어에는 Cardinals Hall of Fame and Museum 입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경기가 없는 날이라 투어 없이 박물관만 단독으로 둘러봤는데, 이 방식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구장 내부 클럽 공간, 더그아웃(Dugout, 선수들이 경기 중 대기하는 벤치 공간) 등까지 보고 싶다면 투어 예약이 훨씬 낫습니다.
박물관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것들
제가 방문 전에 미리 챙겼으면 좋았을 정보를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 경기가 없는 날에도 Cardinals Hall of Fame and Museum은 단독 입장이 가능합니다. 다만 운영 시간이 경기일과 다를 수 있으니 방문 전 공식 사이트(MLB Cardinals)에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 구장 내부 투어(Classic Tour)는 별도 예약이 필요하고, 투어 티켓에 박물관 입장이 포함되어 있어 세트로 보면 비용 면에서 합리적입니다.
- Ballpark Village — 구장 바로 옆에 조성된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은 경기가 없는 날에도 식당과 상점이 운영되어 식사나 기념품 구입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 MLB Ballpark 앱을 미리 설치해 두면 티켓 관리와 구장 안내, 좌석 위치 등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인트루이스 다운타운 주차, 제가 직접 겪어본 현실
어느 도시든 다운타운에 차를 가지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게 주차 문제입니다. 세인트루이스도 예외가 아니었고, 솔직히 이 부분에서 좀 헤맸습니다.
제가 이용한 곳은 경기장 앞 플라자 주변의 사설 주차장이었습니다. 잠깐 둘러볼 계획이었기 때문에 20분에 1달러 수준의 시간제 주차를 선택했고, 덕분에 부담 없이 구장 주변을 걸어 다닐 수 있었습니다. 한 시간 이내로 짧게 움직일 거라면 이 방식이 나쁘지 않습니다.
반나절 이상 다운타운을 둘러볼 계획이라면 시간제보다 일주차 요금제 — 하루 정해진 요금을 내고 시간 제한 없이 이용하는 방식이 경제적입니다. Busch Stadium 주변에는 하루 약 20달러 선의 사설 주차장이 여럿 있었습니다. 홈경기가 있는 날에는 경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주차장이 차기 시작하니, 경기 관람을 계획하고 있다면 사전 예약이나 이른 도착을 권합니다. 이건 제 경험상 좀 다릅니다 . "경기 당일 현장에서 자리 찾겠지" 하는 생각은 세인트루이스 다운타운에서는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Busch Stadium 방문 후 Gateway Arch까지 함께 보는 동선도 충분히 도보로 가능한 거리입니다. Gateway Arch National Park(미국 국립공원관리청)에 따르면 Gateway Arch는 높이 192미터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기념 구조물입니다. 주차를 한 곳에 고정해 두고 두 곳을 걸어서 연결하는 게 제가 찾은 가장 실용적인 동선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카디널스 홈경기가 없는 날에도 Busch Stadium에 갈 수 있나요?
A. 네, 경기가 없는 날에도 Cardinals Hall of Fame and Museum은 단독으로 입장할 수 있습니다. 구장 내부 투어(Classic Tour)도 별도 예약을 통해 이용 가능합니다. 다만 운영 시간이 경기일과 다를 수 있어 방문 전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저도 경기 없이 방문했는데, 오히려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Q. Busch Stadium 구장 투어는 얼마나 걸리나요?
A. Classic Tour 기준으로 약 1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방송 부스, 클럽 공간, 더그아웃 등 평소에 볼 수 없는 구장 내부를 둘러볼 수 있으며, 투어 티켓에 Cardinals Hall of Fame and Museum 입장이 포함되어 있어 따로 박물관 입장료를 낼 필요가 없습니다. 박물관만 보는 것보다 투어가 포함된 쪽이 비용 면에서 더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Q. Busch Stadium 근처 주차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A. 짧게 1~2시간 둘러볼 계획이라면 플라자 주변 시간제 사설 주차장이 편리합니다. 반나절 이상 다운타운을 볼 계획이라면 하루 약 20달러 선의 일 주차 요금제가 더 경제적입니다. 홈경기 날에는 주차장이 빠르게 차기 때문에 가능하면 사전 예약이나 대중교통 이용을 검토해 볼 만합니다.
Q.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왜 명문 구단이라고 하나요?
A. 카디널스는 1892년 창단 이후 World Series(메이저리그 최종 우승 결정전)에서 11번 우승한 팀입니다. 이는 뉴욕 양키스 다음으로 많은 기록입니다. 박물관에서 역대 우승 기록과 전설적인 선수들의 유물을 직접 보고 나면, 왜 이 팀이 미국 야구 팬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지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저도 박물관을 돌고 나서야 카디널스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습니다.
결론
이번 세인트루이스 방문은 경기를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분명히 남습니다. 야구장 도시를 여행할 때 가능하면 실제 경기를 관람하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는 저로서는, Busch Stadium 앞에 서서 경기 없는 구장을 바라보는 그 기분이 묘했습니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돔구장만 경험해 봤던 저에게 탁 트인 야외 야구장의 규모는 생각보다 훨씬 더 크게 다가왔고, 그래서 오히려 더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그 아쉬움이 오히려 다음 방문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다음에는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이곳을 다시 찾아, 관중석에서 St. Louis Cardinals의 홈경기를 직접 응원하고 싶습니다. 경기 없이도 이 정도라면, 경기가 있는 날의 Busch Stadium은 얼마나 다를지 — 그게 지금 제가 세인트루이스를 다시 떠올리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